MBA 열풍이다. MBA를 따면 연봉 1억원은 기본’이라는 얘기에 직장인들의 눈과 귀가 MBA에 쏠려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으로 MBA를 가지 못할 형편의 사람들은 국내 MBA나 온라인 MBA쪽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MBA가 정말 신분 상승의 지름길일까. 모든 길이 다 그렇듯 한 사람에게 는 지름길이, 다른 사람에게는 돌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 역시 “MBA가 꼭 연봉 급상승과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직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MBA가 인생을 바꾼 사례도 있고 MBA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도 있다. MBA 출신들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본다.

[사례1] 1년 MBA 다녀와서 연봉 5배 
고려대 스페인어학과 89학번 김주한씨(30)는 크리스찬디올사 면세점과 항공사 기내 영업 총책임자다. 연봉은 1억원 정도. 40여명 직원과 함께 소(小)사장처럼 일하는 김씨는 서른 나이에 이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모두 MBA 덕분이라 믿는다.
IMF 이후 많은 상사들이 타의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게 김씨가 MBA를 선택한 계기였다. 유럽과 계속 무역업무를 해 온데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특성을 살려 유럽 지역에 있는 MBA를 이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유럽 3대 MBA에 속하는 프랑스 INSEAD에서 입학허가서가 왔고 망설임없이 회사를 그만둔 후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INSEAD는 1년 속성 과정이라 공부는 더 힘들지 몰라도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됐다. 99년 9월에 입학해서 2000년 6월에 졸업하기까지 10개월 간 총 학비 4000만원과 생활비 4000만원이 들었다. INSEAD를 졸업하려면 제3외국어를 해야 한다. 김씨는 스페인어학을 전공한 관계로 제3외국어 시험이 면제되는 혜택을 얻었다.
INSEAD 졸업생인 데다 스페인어까지 한다는 소문이 나자 졸업 무렵에는 유럽 각지 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기도 했다. 그 중 김씨가 선택한 곳은 크리스찬디올사. 직원을 뽑으러 온 크리스찬디올 본사 인사담당자와 인터뷰를 한 후 바로 크리스찬디올사 한국지사 입사가 결정됐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크리스찬디올 면세영업점 총책임자로 근무하게 된 김씨의 연봉은 1억원 선. 근무 1년이 넘었으니 벌써 MBA를 위해 들인 비용을 모두 회수한 셈이다.

[사례2] 대리에서 2억 연봉자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인이 됐다는 겁니다.” 올 6월 MIT에서 MBA학위를 취득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88학번 조호씨(32)는 MBA 예찬론자다. MBA 취득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씨는 MBA를 취득하러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개발리스에서 4년간 근무했다. “한국기업에서는 순환보직 때문에 진정한 전문인이 되기 어렵다고 느꼈죠.” 97년 MBA를 하기로 결심한 조씨는 98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99년 4월 MIT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은 후 그 해7월 입학했다.
조씨가 부인과 함께 생활하며 MBA 기간 동안 들인 비용은 13만달러(1억8000만원) 정도. 조씨는 “비용에 대해 큰 부담을 갖지 말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조씨는 비용 중 1억원은 학교에서 20년 장기 저리로 융자를 받아 해결했다. MIT처럼 많은 학교에서 다양한 융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무를 전공한 조씨는 내년 1월 외국계 컨설팅사에 취직이 예정돼 있다. 연봉은 계약금 포함 2억원 가까이 된다. “학점이 4.3만점에 3.2로 MIT에 가기에는 부족했지만 꾸준히 경력을 쌓고 영어공부를 했더니 아주 들어갈 수 없는 문은 아니더군요. 제 친구들이 제가 MBA를 하는 걸 보고 자신을 얻었다고들 합니다”
보스턴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이철민씨(30)도 MBA가 자신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계산통계학과를 나와 쌍용정보통신, 두루넷, LG인터넷 등에서 4년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이씨는 국내 대학 출신으로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MBA 유학을 결심한 것이 IMF 직후인 지난 98년 초. 1년간 공부한 끝에 99년 2월 미국 동부 명문 듀크대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것이 99년 2월. 입학은 99년 8월, 졸업은 올 5월에 했다. 2년 동안 소요된 경비는 대략 1억2000만원. 아내와 동행했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보다 2000만원 정도 더 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컨설턴트는 귀국 후 곧바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취직했다. MBA 1년을 마친 후 여름 방학 3개월 간 인턴십을 하던 곳이다. 미국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지만 외국인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국내 회사를 택했다.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은 1억원 선. MBA를 하기 전의 3배 이상이다.

[사례3] 'MBA 소용없다' 다시박사학위 도전

93년 가을 미국 내 30위권 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온 86학번 P씨(35)는 MBA가 억대연봉을 가져다 주리라고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자마자 직장경력 없이 미국으로 떠난 데다 미국 내 서열 30위권에 불과한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P씨는 한국에 돌아온 후 “그래도 너무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한 P씨가 미국에서 어렵게 MBA를 딴 대가는 경력 2년 추가가 전부. P씨는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과 동일한 대우를 받은 셈”이라 푸념했다. 박씨가 근무한 부서는 국제금융담당부서. MBA덕에 그래도 요직(?)에서 근무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MBA 없이도 그 부서에서 일한다”는 게 P씨 얘기다.
P씨가 MBA를 택한 이유는 좀더 앞선 경영인이 되기 위해서였다. “고액연봉에 대한 생각도 있지만 MBA가 폭넓게 경제분야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줄 거라 믿었다”는 설명. 그러나 P씨는 MBA가 크게 도움됐다고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으면서 7만달러 이상 들인 학비와 생활비, 그보다 MBA를 위해 쏟은 정력이 아깝다”고 덧붙였다. 또 “적어도 20위권내 MBA를 취득하지 않으면 연봉상승은 물론 더 나은 직장으로의 전직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대학 서열을 중시하는 풍토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하다는 것.
결국 P씨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택한 방법은 박사학위 취득. MBA를 딴 것이 직장생활에 전혀 이득이 안된다”고 느낀 P씨는 현재 미국서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다시 밟고 있다. P씨는 “박사학위를 받을 때 MBA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많은 학교 입학지원 안내서에도 박사과정은 MBA 연장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
P씨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에서 교수자리를 알아볼 계획이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을 듯하다”고 걱정하면서 “지금 MBA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차라리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쌓아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사례4] MBA 경력2년 인정에 불과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는 A과장(37). 대학졸업 후 5년간 직장생활을 한 뒤 미국 중상위권대학 MBA를 마쳤다. 2년간 유학비 1억5000만원. 예전 직장 연봉 3000만원까지 합해 계산하면 2년 동안 기회비용이 2억원 정도들었다. 이 정도 비용이야 3년이면 다 뽑을 수 있을 거란 꿈에 부풀어 귀국했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탑10 MBA 출신이 아니라 컨설팅 회사는 기대도 안했었지만 일반 대기업에 가더라도 연봉은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연봉은 4500만원 정도. MBA출신이 아닌 여타 과장들과 별 차이가 없다. A씨는 “국내 회사에서 특별한 실적도 없이 MBA 출신이라고 연봉을 더 높여주는 경우는 없다”면서 “나중에 승진할 때 좀 보탬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라도 하지 않으면 실망감이 너무 커질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래도 A과장은 옆 부서 B대리보다는 나은 형편이다. 유럽 지역 MBA 출신인 B대리는 요즘 MBA라는 자부심이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는 중. 부장은 국내 대학 출신 C대리가 일을 잘 한다며 중요한 일은 죄다 C대리에게 맡긴다. 가끔 B대리가 하는 일에 대해선 MBA 출신이 이 정도 밖에 못하냐”는 반응만 돌아올 뿐. 후배들도 실력이 뛰어난 C대리를 더 믿고 따르는 눈치다. 더 나은 대우는커녕 MBA라는 이름에 걸맞은 능력만을 요구받는 B대리는 이런 사정을 하소연할 데도 없다.

[사례5] 국내 MBA는 MBA도 아니다?

지난해 KAIST 테크노MBA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지원한 Q씨(31)는 인사담당자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MBA가 있었나요?” 서울대 출신, 대기업 경력3년, 토플PBT 590점을 맞고도 떨어질 만큼 심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곳이라 자부심도 강했던 Q씨의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적어도 MBA 출신이니 연봉 협상은 가능하겠지”라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Q씨가 어렵게 꺼낸 ‘연봉’이란 말에 담당자는 “대학원 2년에 대한 호봉은 인정해주겠다”는 말만 했다.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가 본 서울대 경영대 게시판. “직장 3년차인데, 카이스트 MBA와 서울대 경영대학원, 외국유학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디가 가장 좋을지 조언 부탁합니다. 잔뜩 열 받았던 Q씨는 “국내MBA는 대접 못받아요. 요즘 넘치는 게 미국 MBA출신입니다. 국내 MBA는 그냥 대학원 2년 더한 것 밖에 안 쳐줍니다. 나중에 후회 안하려면 주저하지 마시고 떠나시길. 갔다오면 영어만이라도 건지잖아요”라는 답변을 올렸다.
이 글을 올리면서 올해 KAIST MBA 합격자 200명중 20여명은 입학을 포기하고 외국 MBA에 진학한 일을 떠올린 A씨는 다시 한번 울적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
역시 KAIST 테크노MBA 졸업 준비중인 J씨(32).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3년 경력을 쌓은 후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2년 동안 등록금 2000만원을 투자해 실력 쌓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밤낮으로 세미나에, 스터디에 열심히 살았건만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컨설팅사와 외국계회사 5∼6곳에 원서를 내봤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J씨는 “외국파 만큼 영어가 뛰어나거나 세계 경제흐름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갓 대학을 졸업한 명문대 학생들처럼 회사에서 몇 년간 투자할 만큼 상품성 뛰어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MBA 출신들 소득은 얼마나 될까?

포브스지가 최근 96년에 명문 MBA를 졸업한 직장인 2만명을 표본조사해 소득과 투자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학위 취득 후 5년간 평균 연봉 1위는 하버드대 MBA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MBA 출신은 학위 취득 후 5년동안 평균 연봉 16만2000달러를 벌었다. 투자비용(2년간 학비와 MBA 때문에 포기한 직장 급여에 물가상승률이 감안된 수치) 회수 기간은 최소 2.6년. 학위를 받은 다음 5년 후의 연봉은 19만5000달러로 학위를 받기 전 연봉인 4만8000달러의 4배 가량 됐다.
2위 펜실베이니아대와 3위 컬럼비아대 출신의 학위 취득 후 5년 평균 연봉은 각각 14만2000달러와 13만6000달러. 투자비 회수 기간은 2.9년, 3년이다. 그러나 두 학교 역시 학위 전 연봉과 학위를 받은 후 5년 뒤의 연봉은 역시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에 오른 명문 MBA의 2년간 학비와 기회비용은 평균 9만5000달러 이상이 됐다.
스위스 IMD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등 유럽계 경영대학원은 2년이 아닌 1년 과정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자금 대비 소득이 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년 과정인 런던경영대학 MBA 출신은 MBA 취득 후 5년 평균 연봉이 14만9000달러에 달해 하버드 MBA에 버금갔다.
<출처 : 매경 ECONOMY 1130호>